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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일상

가장 두꺼운 소설책 “엄마”

by 택시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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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문뜩 보았던 글귀인데 패드로 써봤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에 대해 생각을 곰곰이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본 엄마의 인생은 어땠을까?


그래서 오늘 저희 엄마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읽으시든 읽지 않으시든 그냥 적어봅니다.

어릴 적부터 전 유난히 엄마의 껌딱지였습니다.
엄마에게 떨어지는 법이 없었죠.

종갓집 맏며느리에 딸만 셋이나 되는 엄마에게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너무 화가 날 정도로 심했고
아들만 낳은 작은 엄마와 항상 비교대상이셨죠.


일 년에 제사는 왜 그리 많던지.
아들 낳았다는 이유로 일하지 않던 작은 엄마와
저는 대판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가면서 엄마는 가게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때가 딱 IMF 시절이었거든요.

그때 아빠마저 회사에서 나오자 엄마는
남의 가게 설거지를 하러 다니셨습니다.
혼자서 집안을 꾸려 나가셨죠.

가게를 시작해서도 엄마는 뜨거운 물도 아까워서
한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해가면서 밤새 일하고 돌아오셔서

딸 셋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늘 허리가 휘셨죠.

게다가 언니와 동생이 미술을 해서 더 등골이 휘셨죠.
미술이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제가 21살 때부터 부모님과 가게를 같이 했는데
29살에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이유는 과로로 인한 뇌출혈.. 엄마의 몸은 망가졌죠.
하루에 두세 시간 잠을 주무시고 일만 하시던 엄마. 가족을 위해 산 대가가 결국 망가진 몸뿐이라는 사실에
엄마는 상처받고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평생 일만 했는데 결과가 편마비가 돼버린 몸.
엄마는 화장실조차도 혼자 갈 수 없게 되셨죠.
엄마는 자신을 보며 좌절감에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재활훈련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미 마비가 된 왼쪽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안 해본 방법이 없습니다.
아직도 재활훈련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시면서 아직도 가게일을 매일 하고 계십니다.
마비된 다리로 불편하게 걸어 다니시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제 곧 70을 바라보시는 엄마에게
아직도 손에 물을 묻히게 하는 자식이라는 게
볼 때마다 항상 죄송스럽네요.

엄마의 고된 인생을 누구보다 옆에서 많이 지켜봐 왔기에
엄마가 얼마나 많이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의 엄마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압니다.

엄마, 미안해.. 호강시켜주지 못해서..

내가 조금 더 잘난 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엄마, 정말 미안해.

쓰다 보니 그런 글이 생각나네요.
엄마의 젊음은 나다. 엄마의 젊음은 나 자체다.
엄마는 나를 키우느라 젊음을 받치셨다.
내가 해온 모든 것이 엄마의 젊음 그 자체다.
고로 엄마의 젊음은 나다..


엄마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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