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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일상

길냥이 한마리가 찾아왔다

by 택시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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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쓴이 택시입니다.
오늘은 저를 찾아온 손님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식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전에는 항상 정신없이 바쁩니다.
11시쯤 되면 근처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는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때문에
정말로 분주하기 그지없습니다.

오픈 준비를 하느라 바쁜데
홀에서 정리를 하고 있던 남편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사실 좀 짜증 났거든요.
바쁜데 왜 부르냐고 화를 냈는데
웬 고양이가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가게 안까지 들어와 야옹야옹하는 이 녀석은 누굴까요?

저는 이 녀석을 알고 있습니다.
이름은 진주라고 제가 지어준 이름을 가진 아이입니다.
눈 색깔이 옥진주처럼 예뻐서 진주라고 지어줬지만
길냥이다 보니 손을 전혀 타지 않는 아이라서
밥을 주지만 항상 멀리서만 봤었는데
제가 이 가게에 일하는걸 어떻게 알고 왔는지
신기하더라구요.
이 녀석 밥은 제가 가게에서 떨어진 곳에서 주거든요.
매번 중성화를 해주려 잡으려 하지만 놓쳐서 못해주고 있는 냥이 중에 하나예요.

근데 웬일로 여길, 그것도 어떻게 알고, 뭐 때문에 절 찾아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날 어떻게 찾아왔을까?'가 진짜 궁금했습니다. 제가 가게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걸까요?

일단 진주에게 사료가 든 봉지도 줘보고 습식 캔도 줘봤지만 전혀 먹질 않더라고요.

'밥때 문은 아닌가? 어디가 아파서 온건가?' 하면서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 시간에는 아픈 고양이가 와도
병원에 데려가 줄 수가 없거든요.

그때 남편이 닭가슴살을 내미니
한 덩어리를 물고
바로 가게를 나가버리더라고요.

'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점심장사가 끝나고 잠시 바람을 쐴 겸
고양이들 밥을 챙길 겸 나왔는데 또 이 녀석이 가게 앞에서 있는 겁니다.
저를 보자마자 또다시 "야옹야옹~"하면서 졸졸졸 따라다니기까지 했습니다.


이 녀석 저번에 제가 츄르 준다고 손 내밀었을 때도
할퀴던 녀석이었거든요.
그래도 맘이 약해진 저는 닭가슴살을 주었고
또 닭가슴살을 냉큼 챙겨 돌아가더라고요.
너무 궁금해서 따라 가봤습니다.
그때서야 이 녀석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 녀석이 도착한 주차창 구석에는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숨어있었고
진주가 나타나자 폴짝 뛰어나오더라고요.
진주가 닭가슴살을 내려놓자 새끼 고양이들이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진주는 아기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싶어서
저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고마웠습니다,
사실 여기에 지나가면서 밥을 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저에게 찾아왔다는 건
매번 멀리서만 봤지만
그래도 절 믿는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사실 뿌듯했습니다.

진주는 그 뒤로 하루에 3~4번은 닭가슴살을 얻으러
가게에 매번 왔고 한 달가량을 찾아왔습니다.
그 뒤로는 그냥 밥 먹는 장소에 나타나는 것만
보게 되었죠.
아마 새끼들이 진주에게서 독립을 한 거겠죠.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지만
아마 근처에 있다면 언젠가 저에게 잡히겠죠?
중성화를 위해...
나중에 꼭 기회가 되면 얼른 진주도 중성화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동물일지라도 모성애는
정말 코끝이 찡할 만큼 대단한 것 같아요.
알고 보니 근처 커피집 사장님이 진주를 보고 아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이리 와~"하시길래 물어보았습니다.
여기서도 사장님께 먹을 것을 얻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모성애가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닭가슴살을 가져가면서 자주 가서 들여다봤는데
진주는 한 번도 닭가슴살을 먹지 않았어요.
아기 고양이들이 먹는 것만 지켜봤어요.
역시 엄마라는 존재는 대단한 것 같아요.

진주야, 언제든지 와! 언니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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