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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일상

"언니 저 결혼해요"

by 택시 2022.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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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쓴이 택시입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금은 거북스러울 수 있으니 보기 그러신 분은 그냥 되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그렇게 많이 친하진 않지만 아주 가끔 안부를 묻는 아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그 동생이 아니라 그녀의 언니와 친구였지만 지금은 그녀와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예쁘고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도 많았고 인기도 많았죠.
그녀를 알게 된 건 20살이 넘어서 친구를 통해 알게 됐지만 다정다감한 성격에 금세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또 찐 인프피라 낯가림이 심한데 그 친구는 아주 다정다감했거든요.

23살이 되던 무렵, 그녀의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그녀와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간 장례식장에는 동생
혼자 상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두 자매만 남은 상태였거든요.
동생이 저희를 보자마자 엉엉 울더라고요.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녀의 동생 이야기론 그녀의 전 남자 친구는 헤어진 후에도
계속 그녀를 협박하고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결국은 그녀를 납치했고... 그녀를 때리고 마지막에는
그녀를... 후... 자신도 목을 맸다고 하더라고요.
동생 혼자 상주에 서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매여왔습니다.
하나뿐인 가족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동생은 모든 걸 포기한 눈동자로 퉁퉁부은 눈으로 저희를 바라보았죠.
장례식 마지막 날까지 동생 곁에 있으며 친구들과 그녀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녀에게서 카톡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언니 저 결혼해요"


그녀의 동생은 그 뒤로 쭉 혼자 지내면서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그때 와줬던 언니 오빠들에겐 말해주고 싶었다고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녀의 상처를 많이 다독여주고 보듬어주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축복이 너에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결혼 청첩장 꼭 보내달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문뜩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녀의 언니도 지금 이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친구도 그 전 남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세상에 못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다정다감한 그녀가 그리 허무하게 가버린 걸까?

희정아, 보고 있어? 네 동생 결혼한대. 너도 꼭 보러 와.
같이 드레스 입은 네 동생 같이 보자.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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